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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이야기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보고ᆢ(상담자의 관점에서)

by 한결같은 쌤 2024. 3. 9.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는 원작이 성소 작가의 웹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이 인기가 많아지자 웹툰으로 제작되었고 이어서 드라마까지 제작되었던 것!!
그림이 너무 이뻤다고 하니 다음에 시간 될 때 웹툰으로도 다시한번 보고싶다.
남편 역할을 한 이이경 배우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진짜진짜 꼴보기 싫었다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나는 살해당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10년 전. 인생 2회차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
지난 달 말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는 4기의 위암에 걸린 여주인공(강지원 역/박민영)이 병원비를 내기 위해 집에 갔다가 쓰레기 같은 남편(박민환 역/이이경)과 절친이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격하였고,
남편이 자신이 죽으면 타려고 암보험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살해당한다.
언제나 자기편인 줄 알았던 절친(정수민 역/송하윤)의 눈물도 가식적인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네가 탐내던 쓰레기 남편, 이번 생에는 네가 처리해줘야겠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


한편, 머리도 몸도 집안도 좋으면서 또 다른 인생 2회차를 맞이한 유부장(유지혁 역/나인우).
러브라인의 진행에 있어서는 다소 답답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의 조력과 헌신적인 사랑으로 말미암아 여주인공은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새로운 인생으로 갈아타게 된다.
후반부로 가면서 당하고 있지만 않고 되돌려주는 주인공의 반격이나 유부장과의 해피엔딩 등, 매우 시원하고 통쾌, 짜릿한 사이다 드라마였다.

 


상담사로서 특히 눈여겨 본게 된 것은.. 주인공의 절친이었다.
절친 정수민은 주인공의 모든 것, 심지어 남편마저 다 빼앗고 싶은 가스라이팅의 대가이며,
측은지심이 발동할 정도의 서투름이 생존무기인 친구이다.

어릴 때 주인공의 엄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게 되었던 상대방 남자의 딸.
그녀는 주인공이 아빠의 불륜상대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계획적으로 다가가서 절친이 되었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주인공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할 만큼 욕망과 질투가 많은 존재였다. 
학창시절에는 주인공을 거짓말로 이간질하고 친구들로부터 고립시켰으며, 오직 자신만이 주인공을 위해주는 존재이며 단짝인 것처럼 믿게 만들어간다. 

정수민은 자신을 합리화하고 점점 더 철저한 자기속임을 하는 것 같다
주인공의 1회차 인생 끝부분에서의 정수민에서도 보이는 바, 그녀는 절친인 주인공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진심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 그녀가 의식하는 한도 내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오히려 '어차피 주인공은 죽을 사람이니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깨끗이 꺼져주기를 바란다. 적반하장도 이럴 수가 있을까? 말을 잇지 못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찌 되었건 오랫동안 가스라이팅하면서 주인공의 모든 것을 마치 자기 것처럼 이용하던 정수민은, 어느 순간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주인공을 향하여 분노하기 시작한다.
그 분노가 점점 더 커가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정도의 계획을 꾸며간다.

 

만약, 강지원이 처음부터 거절하고 불편감을 표현했다면, 정수민도 이렇게까지 이용하는 정도가 심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강지원이 피해자임을 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정수민은 악인이다.


그러나 그 빌미를 준 기한이 긴 만큼 더 끈질기고 강하게 강지원을 괴롭힌 것이다.
어쩌면 나의 마음약함으로 인해 상대방을 더 악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봐야 한다.



마음이 약하거나 모질지 못해서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그 마음이 너무 착해서,
'내가 편하자고'
또는 '이 정도도 못 참아서 거절하나?' 라는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피해자가 되어 상처입고 찾아오는 이런 유형의 내담자들을 만나는 상담자로서는, 내 내담자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기를 바란다.
요구받고 강압 받으면서도 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죄책감을 갖는 모습은 이해되면서도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거절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 불편한 마음은 차곡차곡 마일리지로 쌓이고,
내 안에서는 거절하지 못한 나와 5백만번 싸우면서 나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게 된다.
또한, 쌓이고 쌓인 불편한 마음은 결국은 '단절'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니 위장된 평화를 붙잡고 애태우지 말고ᆢ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의미있는 중요한 상대방과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라도 나의 불편감은 표현해야만 한다.


1회차에 나왔던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장면 (벚꽃길이 너무 좋아서 올봄엔 벚꽃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음)